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그린란드의 ‘자연 얼음 채집·저장 문화’

by 지나의 즐거운 하루 2025. 12. 10.

오늘은 그린란드가 자연 얼음을 직접 채집해 음식 보관과 조리에 활용하는 오래된 생활문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냉장고보다 바다 얼음이 더 믿을 수 있는 기술이었고, 현대적인 시설이 보급된 지금도 얼음을 저장하고 음식을 묻는 전통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혹독한 기후가 오히려 풍부한 자원이 되었고, 자연이 만든 냉기가 세대를 이어먹여 온 방식은 그린란드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됩니다.

그린란드의 ‘자연 얼음 채집·저장 문화’
그린란드의 ‘자연 얼음 채집·저장 문화’

얼음은 만들어 쓰는 것이 아니라 ‘채집’하는 것이다

우리는 냉동실에서 얼음을 얼려 쓰는 것이 익숙하지만, 그린란드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겨울철 바다와 만이 두껍게 얼어붙으면 사람들은 그 위에 나가 도끼와 톱으로 단단한 얼음을 잘라냅니다. 얼음 한 덩어리는 작게는 수십 킬로그램에서 크게는 썰매로 실어야 할 만큼 거대하며, 품질 좋은 얼음은 빛에 비추면 은은한 푸른빛이 돌 정도로 맑습니다.

이 얼음을 운반하는 과정은 단순 노동이 아니라 하나의 행사처럼 여겨집니다. 눈보라가 잦고 바람까지 거센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은 함께 얼음을 옮기며 저장고까지 운반합니다. 얼음이 충분히 단단해지기 전에는 절대 채집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계절과 날씨를 읽는 능력 또한 반드시 필요합니다. 좋은 얼음은 곧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연결되기 때문에, 얼음을 채집하는 날은 마을 전체가 움직이는 하나의 공동 작업이 됩니다.

얼음 저장고는 냉장고를 대신하고, 음식의 맛까지 바꾼다

채집한 얼음은 땅을 깊게 파거나 눈으로 단단히 쌓아 올린 저장고에 보관됩니다. 전기가 필요하지 않은 이 저장 방식은 온도를 자연스럽게 영하로 유지하여 고기, 생선, 지방을 오랫동안 신선하게 둘 수 있습니다. 얼음은 마치 숨을 쉬듯 서서히 녹으며 내부 습도를 조절하고, 음식의 건조를 막아 깊은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순록 고기나 바다표범 지방을 얼음 사이에 층층이 넣어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숙성되고 향이 부드러워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대식 냉장고가 있는 집에서도 자연 얼음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처럼 보이겠지만, 그린란드 사람들에게는 기계보다 자연의 냉기가 더 믿을 만한 저장 기술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얼음이 단지 보관 도구가 아니라 조리 과정에도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얼음을 조금씩 녹여 고기를 세척하면 잡내가 줄고 육질이 부드러워지며, 스튜를 끓일 때 얼음 조각을 넣어 온도를 천천히 조절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음식에 깊은 맛을 남깁니다.

얼음 채집은 자원이 아닌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자연 얼음을 저장하고 나누는 과정은 단순히 식량을 보관하는 기술 이상입니다. 한 사람이 채취한 얼음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마을의 품목이 됩니다. 얼음이 많으면 여유가 생기고, 얼음이 부족하면 서로 나누어 씁니다. 오늘 내가 덜 가져왔어도, 내일 누군가 더 가져오면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이 공동체를 유지시킵니다.

젊은 세대가 도시로 나가도 얼음 채집 철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얼음을 운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얼음은 단순한 저장 수단이 아니라 가족과 세대를 잇고, 기억을 보존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전통이 끊기지 않는 이유는, 얼음 속에 자연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린란드의 얼음 채집·저장 문화는 불편함을 감수한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온 가장 합리적인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차갑고 단단한 얼음 속에는 공동체의 온기가 있었고, 저장고는 식료품 창고이자 사람들의 신뢰를 이어준 장소였습니다. 우리는 얼음을 그저 투명한 조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 얼음은 시간과 관계, 음식, 계절을 모두 담아낸 삶의 기록입니다.

혹독한 자연이 위협이 아니라 자원이 되고, 기술보다 오래 버틴 방식이 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린란드를 이해하고 싶다면 풍경을 보기 전에 얼음 저장고를 들여다보는 것이 더 빠른 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