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 삿포로 눈축제의 숨겨진 준비 문화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여행객들이 보는 화려한 눈 조각 뒤에는 삿포로 시민들이 수개월 동안 함께 만들어가는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축제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속에 담긴 협력, 전통, 그리고 삿포로만의 겨울 문화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축제의 시작
삿포로 눈축제는 매년 2월 초,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눈 조각 전시장으로 변하는 일본 대표 겨울 축제입니다. 많은 분들은 이 축제가 전문가나 예술가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삿포로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가는 공동 행사라는 점이 가장 특별합니다.
축제 준비는 첫눈이 오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동네 학교, 회사, 지역 단체 등 다양한 팀이 모여 어떤 눈 조각을 만들 것인지 회의를 하고, 스케치를 그리며 콘셉트를 정합니다. 눈이 충분히 쌓이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는데, 삽·톱·삽손 같은 아주 기본적인 도구들을 사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갑니다.
대형 조각은 전문가나 자위대가 맡지만, 중형·소형 조각의 상당수는 일반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작품입니다. 학생들이 방과 후에 작업장으로 모이고, 직장인들은 퇴근한 뒤 팀원들과 함께 조각을 다듬으며 추운 겨울을 함께 보냅니다. 춥고 손이 시려도, 매년 새 작품을 만든다는 기대감과 동료와 협력하는 재미 때문에 작업 현장은 늘 활기차고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이렇듯 시민의 참여를 중심으로 축제가 움직이다 보니, 눈축제는 단순히 일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 삿포로 사람들의 겨울을 여는 전통 의식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어떤 조각을 만들까?” 하고 고민하는 순간부터 이미 삿포로의 겨울 축제는 시작되고 있는 셈이죠.
눈 조각을 통해 이어지는 협력의 문화
눈 조각 제작 현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립니다. 어린 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 동네 어머니 모임, 동호회 팀까지 폭넓은 참여가 이루어지면서 현장은 매년 작은 마을 축제 같은 분위기가 됩니다. 서로 다른 팀이 도구를 빌려주거나 기술을 나누고, 경험 많은 시민들은 초보자에게 눈을 다루는 요령을 알려주는 등 자연스럽게 협력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됩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자위대(일본 육상자위대)입니다. 자위대는 눈축제 초기부터 대형 눈 조각 제작을 담당하며 축제를 함께 만들어왔는데, 이는 초기에 눈을 다루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요청으로 시작된 협력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그들이 만드는 거대한 작품은 매년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상징적인 볼거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삿포로 시청도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장비 대여, 안전 교육, 작업장 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해 초보자도 큰 부담 없이 조각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지원 덕분에 눈 조각 제작은 전문적인 기술보다 함께 만드는 경험과 과정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됩니다. 눈축제는 단순한 조각 행사를 넘어, 삿포로 시민들이 서로 이어지고 협력하는 겨울의 사회적 장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삿포로 사람들은 눈이 많이 내리는 혹독한 겨울을 불편함이 아닌 ‘함께 즐길 계절’로 바꾸었고, 이러한 태도 자체가 삿포로의 지역 문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지역에 남는 의미와 겨울 문화로서의 가치
삿포로 눈축제의 시작은 매우 소박했습니다. 1950년대 지역 중학생들이 만든 작은 눈 조각 몇 점에서 출발해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축제가 이렇게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화려한 규모가 아니라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축제가 가까워지면 삿포로 곳곳이 들썩입니다. 상점들은 축제 분위기에 맞춰 장식을 달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눈 조각 스케치를 그리며 겨울을 기다립니다. 가족 단위로 지난 해 축제 사진을 꺼내 보며 “올해는 어떤 눈 조각이 나올까?” 이야기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축제는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도시가 함께 만들어가는 겨울 이벤트로 완전히 자리 잡았습니다.
삿포로 사람들에게 눈축제는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니라 겨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입니다. 눈이 많아 불편함도 크지만, 이를 자연스럽게 축제로 승화시키는 태도는 지역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적 경험과 문화적 의미가 쌓여 삿포로는 ‘겨울의 도시’라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했습니다.
결국 눈축제의 진정한 가치는 화려한 조각물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 뒤에서 함께 웃고 협력하며 겨울을 준비하는 시민들의 모습, 그 시간 속에서 형성되는 공동체의 힘이야말로 삿포로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여행객이 이러한 준비 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눈축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훨씬 더 풍부해질 것입니다.